일단 저는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고
재번역, 야담, 서프라이즈 방송 등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알아가는것이 너무나도 재밌고 좋습니다.
마치 주인공들로 2차 창작되는 팬픽처럼 기존의 개념을 다르게 바꾸거나
새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게 저에겐 작은 행복중 하나입니다.
학교 수업증 작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모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너무 멀리 가지 말고 니가 좋아하던 게 뭔지 부터 차근차근 생각해봐"
그 말을 들은 후 저는 굳이 미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진짜 내가 좋아하는 '행위'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직업관을 만들어 갔습니다.
그 후 저의 작업은 제가 좋아하는 행위로부터 시작됩니다.
인식 조합 서술
4-5년을 통한 저의 작업은 ‘인식, 조합, 서술’ 이렇게 3단계로 나눠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사물에 대하는 저의 인식을 저만의 방식으로 서술하고 그것은 관념적인 실제 세계와 서술된 세계와 차이를 가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작품 속에 소소한 재미와 이야기를 담아내고 감각화 하려고 노력합니다.
첫 번째, 인식
조금은 다른 관찰력으로 일상 속 평범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풍경을 작가의 ‘인식’과정을 통해 다른 세계를 발견해냅니다.
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가벼운 존재 일지라도 작가에게는 중요한 존재가 되며 큰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주제를 찾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눈을 통해 사물을 인지·인식하는 과정으로 작품을 풀이하기는 아직 이른 단계 입니다.
대신 틀에 박혀 있지 않고 녹인 초콜릿마냥 아이디어가 출렁이고 있기에 다음과정인 '조합'이라는 틀에 고정을 시켜 줍니다.
두 번째, 조합
인식을 통해 얻어진 자료들을 머릿속으로 조합하는 과정입니다.
이전 단계를 통해 사물들의 원래 개념은 분해되고 새로운 개념을 부여 받았으나 정확한 틀이 없기에 이 과정을 통해서 구성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에스키스 심화단계입니다.
아무리 기발하고 재밌는 아이디어라도 전체적이 구성이 허술하거나 상호관계가 조화롭지 않으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전 단계보다 이 단계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이전에 작업할 때 작게 그린 낙서나 머릿속에서 나름 멋진 아이디어라고 자부했지만
허술한 준비과정으로 무용지물이 된 경험에 있기에 반성하고 수정한 방법입니다. 이 단계에서 작업스케줄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 서술
이미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특별한 세상을 찾아가는 마지막 단계 입니다.
평면/설치/영상 모든 작품은 서술 관계를 거쳐 실체화 됩니다.
여기서 작품을 완성하는 게 이 단계의 끝이 아니라 제가 정한 서술의 범위는 더 넓습니다.
서술된 작품을 전시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드는 행위 까지가 제가 생각하는 서술 범위 입니다.
작품 공간속에서 관객들이 옛날 80-90년대의 소개팅 게임처럼 화면속 사물을 하나 선택하고 그 중심으로 다른 연결고리를 찾아 갔으면 합니다.
소설/영화/드라마/역사처럼 한 작품으로 다양한 의견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 과정 또한 작품이 진화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것일지라도 나의 서술하는 행위를 통해 주목되고 새로운 정의를 가지며
'남'다르게 변화하는 이 작업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서술한다는 표현이 이렇게 좋은 표현인줄 몰랐습니다.
단순이 그림을 ‘그린다, 표현한다. 보다’ 내 자신이 가진 생각과 뜻을 작품 하나로 이야기를 담는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