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김하나
Kim Ha Na
"강박을 치유한 하얀 추상"
작가노트
강박을 치유한 하얀 추상

최재혁 / 독립큐레이터

한겨울 눈 내린 풍경을 떠올려 보자.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풍경은 익숙한 장소도 새롭게 만든다. 
색채가 배제된 세상은 오히려 신비롭고 아름답다. 김하나 작가의 캔버스는 새하얀 눈이 내린 세상처럼 백색으로 뒤덮여 있다. 
하얗게 마감된 백색 추상은 평온해 보이지만 자신을 둘러싼 삶에 대한 불안과 강박, 욕구에 대한 죄의식이 내재되어 있다. 
김하나의 작업을 읽기 위해서는 그 안에 숨겨진 심적 방황 그리고 고민의 시간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2008년 홀연 독일 유학길을 떠난다. 작가가 ‘행복한 지옥’이라 표현한 10여년의 유학생활은 강박증과 싸워야 하는 힘든 시간들이었다. 
하얀 테이블, 하얀 접시, 하얀 인테리어로 채워진 독일에서의 생활은 사물과 공간이 백색으로 정리되어야만 마음이 놓이는 강박 증상을 만들었다. 
강박은 스스로 지나치게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지 못해 당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행위를 반복하는 증상이다. 
또한 강박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른 ‘본능’이다. 타국에서 만난 새로운 가치관과 수많은 정보, 정서와 문화의 차이로 머릿속은 복잡했을 것이다. 
그로인해 나타난 강박은 스스로를 힘겹게 만들었다. 때문에 초창기에는 작업을 통해 무엇을 그려야 할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지 찾기 어려웠다. 
무엇을 그리든 종국에는 캔버스를 백색으로 덮어버리곤 했다. 

“그동안 찾고자 했던 것은 어지러운 내 머리 속, 다양한 색깔과 가치관들이 평화롭게 정리된 그런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작가 인터뷰 중

어느 순간 작가는 하얗게 덮어버린 캔버스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지워내기 위한 흰 칠이 서사를 감추는 행위가 아닌 정체성의 표현이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백색에 집착하는 자신을 인정함으로써 백색의 의미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때부터 추상의 다양한 시도와 변주가 가능해졌다. 
〈하얀 추상〉 시리즈의 화면 구성을 보면 부드럽고 매끄러운 표면과 거친 질감이 적절히 분배된다. 
거친 질감의 경우 나무와 돌, 흙의 표면 등 자연의 요소를 적용했다. 다만 구체적인 이미지를 배제하고 마티에르로 형상이 드러나도록 했다. 
매끄러운 여백은 형상을 부각시키는 배경이 됨은 물론, 무(無)가 아닌 가능성의 공간을 만든다. 또한 도형과 선, 면이 교차한다. 
선과 면은 프레임 안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로 확장된다. 불규칙적이며 정적이지 않고 동적이다. 
기하학적 요소들을 통해 3차원을 2차원으로 옮기는 건축도면의 해석법을 적용하여 공간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하얀 추상’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소재는 따로 있다. 
바로 작가의 어지러운 심적 상황, 욕구에 대한 성찰, 강박을 이겨내고자 하는 용기가 이합집산 되어 ‘하얀 추상’을 이루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강박증이 주로 과거 특정 시기에 집착할 때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신적 쇼크(Trauma)를 체험한 시기 혹은 사건에 고착된다. 
김하나 작가의 경우 독일 유학길을 떠나던 시기 그리고 낯선 환경에서 생존했던 시간들 속에 강박증세가 누적되고 있었다. 
백색의 강박은 만성(慢性)적 증상이라 여겼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 백색 덕분에 혼란이 정리되고 힘든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하얀 추상’은 작가에게 소재적 방황의 도착점이자 작업의 시작점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될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에서 강박을 치유하고 이겨낸 ‘하얀 추상’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무기로 충분히 역할하기를 기대한다. 
약력
2015 순수회화, 뮌헨조형미술대학교, Prof. Pia Fries, 뮌헨, 독일

2011 순수회화, 뮌헨조형미술대학교, Prof. Jerry Zeniuk, 뮌헨, 독일
2006 패션학과, 호서대학교, 아산, 대한민국


개인전

2020 하얀추상, 문화상회 다담 x 아트블랑켓, 수원, 대한민국
       
단체전

2016 Jahres Ausstellung Prof. Pia Fries, 뮌헨, 독일
2015 대안공간 Collection Born, 뮌헨, 독일
2014 Jahres Ausstellung Prof. Thomas Scheibitz, 뮌헨, 독일
2013 대안공간 Dachauer strasse, 뮌헨, 독일
2013 Jahres Ausstellung Prof. Myriam Holme, 뮌헨, 독일
2012 갤러리 Størpunkt 공모전 당선, 뮌헨, 독일
2011 Jahres Ausstellung Prof. Jerry Zeniuk, 뮌헨, 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