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이목하
Lee MokHa
"모호하고 반대되는 양면을 가지고 있는 것, 정의 내릴 수 없는 것들을 수집해 재가공하고 있다."
작가노트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올리고,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도록 도로 얇게 지워내기를 반복한다.
수성과 유성 재료를 섞어 사용하기에 발생하는 부조화가 작가에게는 가장 적합한 물성이다.
액체지만 흐르지 않고, 미끄러지지만 텁텁하다. 깊은듯하지만 매우 얕고, 내내 밀어내는듯하나 그대로 영원할 수도 있다.
부적합한 물질의 온갖 이중성을 통제하는 일에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으나, 활용에는 끝이 없다.

많은 것이 철저히 생략된 어둡고 좁은 프레임 안에 빛 맺힌 얼굴의 낯선 인물이 주목되어있다.
관람자는 눈 돌릴 여지조차 없어 화면 속 인물과 눈을 맞춘다.
희미한 표정에 어딘가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다.
평이한 구조의 화면 내부는 고요하고, 인물은 유추할만한 어떤 단서도 보여주지 않는다.
작가에게 작업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실존하지만, 작가에 의해 화면에 옮겨진 인물에게는 존재가 없다.
존재가 사라져버린 인물의 단면을 바라보며 관람자는 몇 가지 추측과 질문을 떠올리지만, 질문이 닿을 곳이 없다.
닿을 수 없는 인물의 단면만을 보여주는 화면은 일종의 아날로그적인 소셜 미디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존재에게서 떨어져 나온 그림 속 인물들은 온전히 독립적 개체가 되어 관람자의 시선으로부터 단편성 자아를 가지게 되고,
이내 다시 누구도 아닌 것이 된다.

 화면 안에 가두는 것만으로도 케이크는 가지고 있던 물질적 의미를 상실한다.
무른 질감의 크림이 도구에 의해 고차원적인 형태를 가지게 되고, 이것은 여느 완전한 조형물이라도 되는 양 단단해 보인다.
원기둥형의 본체에 얹어져 있는 모든 것들은 최선의 조형성만을 목적하여 배치되어있다.
게다가 불가결 조건의 장치인 초에 의해 케이크는 스스로 이 빼곡한 조형물들을 조명하게 되는데,
빛과 어둠의 영역으로 이분되어지자 이미 조형으로 가득한 화면에는 새로운 회화적 경계면이 등장한다.
평면회화 속 빛과 어둠에 의한 현상은 형상에 그치지 않고 유동적인 드로잉의 요소가 되어 화면 전체를 채운다.
눈 닿는 모든 곳에 특유의 물성과 온갖 회화적 단면들이 넘쳐난다.
이를 통해 작가의 ‘그림의 케이크’는 물질적 의미를 모두 잃은 온전한 조형적 향유물이 된다.

 존재가 사라져버린 인물의 단면을 바라보는 아이러니, 의미가 사라져버린 대상을 향유하는 아이러니.
작가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물성처럼, 모호하고 반대되는 양면을 가지고 있는 것,
정의 내릴 수 없는 것들을 수집해 재가공하고 있다.
의미가 없어도 될 것들에 의미를 찾지 않을 이유를 제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약력

개인전

2020 ‘방 안의 큰 불’, 갤러리 아노브, 서울
2020 '불꽃앞의 초연', 유기체, 부산
       
그룹전

2020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night’, 챕터투, 챕터투 야드, 서울
2020 ‘몼’, space 온수, 서울
2019 ‘제4회 뉴 드로잉 프로젝트’, 양주 시립 장욱진 미술관, 양주
2019 ‘회담繪談’, 세종아트갤러리, 서울
2019 'Pingpong, 핑퐁효과' 세종대학교 졸업전, 세종아트갤러리, 서울

아트페어

2019 ‘아시아프, asiaff’, 서울_대상 DDP prize 수상

기타

2020 'Art prize Gangnam 2020 방호복전', 서울, 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