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열을 맞추어 자라나고 마주보는 건물 사이로 퍼져 나가는 길. 예측 가능한 반복적 요소와 예측할 수 없는 불특정 요소들이 즐비한 “골목”이라는 공간은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나와 전혀 연관없이 스쳐가는 공간에 한 발자국씩 걸음을 찍어 낼 때마다 건물과 길이 내어주는 널따란 여백이 내면의 가장 안전한 장소로 치환된다. 여백은 과거의 혼재되고 모호한 감정과 기억, 불완전한 상념들의 단편들로 가득 찬다. 그리하여 온전히 나만을 위한 사유의 장소가 된다. 다양한 농도의 색을 입힌 투명한 레진과 불투명한 물감을 여러 겹 화면의 깊이감을 표현한다. 투명함과 불투명함의 차이, 채도와 명도의 차이, 여러 구성 요소들의 중첩으로 만들어지는 오묘한 농도의 깊이감은 공간을 개인적인 내면의 공간으로 재구성하면서 어렴풋하고 희미하게 중첩되는 개인의 기억, 감정, 고민의 흔적 등을 담아낸다.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에 대한 감각, 고민. 또 철학적으로 자아의 깊은 성찰. 과거를 헤집고, 왜곡하고, 뒤섞음과 동시에 미래를 고찰하는 행위를 통하여 현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