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연은 감정과 기억을 은유하는 형상들을 수집하고 화면 안에서 재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비물질적 요소들을 가시화하고 있다. 감정과 기억을 은유하는 사물로 선택한 것은 ‘시든 꽃’이다. 서로의 마음을 전할 때는 꽃을 주고받기 마련이며 꽃을 두고 볼 때마다 그때의 순간을 회상하고 그 사람을 떠올리며 감정을 되새긴다. 한때 생기로 젖어있던 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말라비틀어지고 색이 변하더라도 꽃이 가지고 있는 그때의 기억과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 이미 시들어버린 꽃의 생물적 역할은 끝이 났지만, 기억의 박제로써 영속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시든 꽃은 그야말로 가변성과 불변성이 공존하는 물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