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다리 군의 풀네임은 깜장 봉다리다.
봉다리 군은 누군가를 만나러 밖에 나가는 것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 소심한 고양이다.
하지만 식물 키우기나 프라모델 조립하기, 그림 그리는 일은 매우 적극적이다.
오늘은 친구들을 만나 쇼핑도 하고 수다도 떨었지만, 봉다리 군은 벌써부터 체력이 방전되어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생각 뿐 이었다.
작고 동글동글한 선인장을 바라보며 푸르른 식물들에 둘러 싸여 눈 감고 쉬고 있는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햇살이 좋을 땐 커튼을 걷고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상쾌한 바람 냄새도 맡고,
기분이 괜찮으면 밖에 낙 산책도 할 수 있는 그런 시간.
그러다 우연히 마음 잘 맞는 까마귀 친구를 만나 우리는 너무 까맣다며 옷이라도 밝게 입자고 웃으며 수다를 떨 수 있는 시간.
이 모든 즐거운 일이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봉다리 군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봉다리 군에게 소중한 행복이다.
누군가는 행복의 크기가 너무 작고 하찮다고 말하지만 봉다리 군은 더 이상 그런 말에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거창하지 않아도 지극히 나에게 의미가 있는 기쁨과 웃음, 충만함을 주는 일이라면 행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봉다리 군과 함께 구석구석 숨어 있는 깨알 같은 행복의 조각들을 모으러 다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