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이수진
Lee Soo Jin
"입체와 평면, 공예와 회화 모두를 아우르는 ‘옻’의 다재다능함에 매료되어 옻을 중심으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옻칠 작가 이수진입니다."
작가노트
- 지속된, 지속하는 -

다루기 까다로운 ‘옻’이라는 물성은 어쩌면 지금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 산물이라 여겨질지 모르겠다. 
옻과 함께한 시간이 축적될수록 옻이 지닌 생동감과 특별한 매력이 그저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어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마저 느낀다. 
옻이 지속되어야 하는 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그 본질과 가치, 옻 사용의 당위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큰 숙제와 같이 느껴진다.  옻은 작업이 멈춰진 순간에도 살아 움직이듯 나름의 감정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해가며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낸다. 
작은 변화에도 표정을 달리하는 옻은 칠을 하는 그 순간조차 빛을 바꾸기에 옻으로 색을 다룬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래도 천천히 피어나길 기다리는 그 설레는 시간이 좋다. 
싸우고, 화해하고, 애정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모두 느끼게 하는 칠이라는 물성은 그렇게 특별하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고통스러울 만큼 반복되고 집중되는 힘을 더해야 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결과를 향해 차곡차곡 형태가 만들어지고, 한 땀 한 땀이 모여 비로소 내가 원하는 무늬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어쩌면 나와 가장 접점이 없다고 생각되는 ‘옻’을 이제까지 함께했던 이유일지 모르겠다. 

어떤 것을 지속한다는 것은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지속하는 것에는 인고의 에너지가 담겨있다. 
언젠가 발현될 ‘지속의 힘’을 믿는다. 
행위를 반복하는 나의 작업이 이질적 새로움의 연속으로서 ‘창조적 지속’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 협저탈태 -

한 올 한 올이 모여 한 겹을 이루고, 그 한 겹 한 겹이 더해져 견고한 형태를 만들어낸다. 미약한 올과 겹이 모여 중첩된 기벽은 그 어느 것보다 단단한 내구성을 지닌다. 인생의 수많은 가지와 경험, 다양한 사건과 감정들이 한 데 엉켜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듯 작업의 결과를 향하는 다양한 행위의 층위가 하나의 조형물로서 존재한다. 

협저탈태로 얻어진 그것은 실존하고 있던 어떤 것의 남겨진 형상이며 시간의 기록이다.
지워져 사라진 무의 개념이 아닌, 본래 있음의 그림자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후 남겨진 기억의 그림자들로 슬픔의 나날을 보냈다. 그는 실재하지 않지만 추억의 그림자는 또 다른 기억의 형상들로 재편집되어 하나의 덩어리로 마음에 담긴다. 곁에 있던 누군가가 떠나고 남긴 추억의 장면을 정리하여 하나의 덩어리로 기억함은, 본래 존재하던 것의 형상을 기억하듯 반복하여 형태를 이뤄내는 협저탈태의 과정과 닮아있다.

미약한 존재에 의지하여 층위를 더하다 지지하던 그것이 소멸된 후에도 스스로 존재하는 협저탈태의 그것과 같이 다양한 삶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언젠가 나 스스로도 우뚝 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모든 것과 조화롭게 융화될 수 있는 ‘옻’과 같은 사람이고 싶다. 
. . .
우리는 지속되는 시간 속에서 서로 다른 경험과 기억을 저장하며 자아를 형성해간다. 
어떤 사람, 더 나아가 어떤 것을 알아간다는 것은 그것의 ‘총체적 시간’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공예유물은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 사건, 기억들의 ‘지속된 시간’이 담긴 역사적 사물이다. 
내가 사용하는 재료 본질의 이해와 행위의 당위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공예의 총체를 바라보는 것은 작업의 출발이 된다. 

협저탈태의 겹을 쌓는 행위는 신체의 반복된 행위에서 비롯되는 지속의 시간을 상징한다. 
공예유물의 지속된 역사에 새로운 나의 조형을 더하여 ‘ 창조적 지속’을 이어가고자 한다.


작업 Ⅱ
 
- 숨은그림찾기 -

바탕의 판재는 건축 과정에 흔히 사용되는 것으로 공정 과정에서 얻어지는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런 나무 파편의 흔적들은 저마다 다른 이미지를 담고 있다. 어지럽게 흩어진 나무 파편을 재결합하는 과정은 단서를 잡아 추적해 나가는 탐정놀이나 어릴 적 즐겨하던 숨은그림찾기와 같이 느껴진다.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법은 자개로 행한다. 짓이겨지고 압축된 나무파편 사이 숨어있던 존재의 드러남은 버려진 전복 껍데기에서 보석과 같은 나전을 얻어내는 것과 같이 특별하다. 

상처투성이 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상상된다. 그 안에 담긴 ‘생명체와 같은’ 이미지들의 발견은 어쩌면 그러한 상황으로부터의 ‘구조’라는 느낌마저 든다. 심폐 소생하듯 살려낸 나무 세계 생명체들은 모두 생명을 지닌 듯,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단 하나뿐이기에 귀하고 귀하다. 

나전시문의 기법은 전통적인 자개시문 방법인 끊음질기법을 이용하여 끊어 붙이고, 연마하고, 광을 내는 과정을 거친다. 자개와 더불어 더해진 천과 여러 색상의 옻칠로 표현된 화면은 다양한 질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약력
숙명여자대학교 학사, 석사 졸업 / 동 대학 박사과정 수료, 현 숙명여자대학교 공예과강사


개인전

2022 사이아트스페이스 개인전
       
그룹전

2023 8월 브리즈아트페어_ 노들섬노들갤러리
2023 6월 ‘66 unique 99’_ 갤러리사월 
2023 5월 PLAS조형아트서울아트페어
2023 groupOTT_청파갤러리
2023 새해 선물전_ 비움갤러리
2023 ‘mezclarse’2인전_ 아트스페이스 이색
2023 새해 선물전_ 비움갤러리
2022 연말정산전 _ 갤러리이든
2022 브리즈아트페어_ 예술의 전당 
2022 조형아트서울_ 코엑스 B홀 내 리수갤러리
2022 숙명아트페스티벌_ 숙명여자대학교 제2창학캠퍼스청파갤러리1,2
2022 호호아트페스티벌참여 _ 꼴라보하우스도산
2022 BAMA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참여4. 8 ~ 10 _ 리수갤러리
2022 HK Creative Studio ‘interaction’_ House of Writers, Art Hall, Parkview Gallery
2021 전통문화 해외거점 조성 <전통문화 해외거점 기관 콘텐츠 개발 및 보급> 사업 내 헝가리 문화원 ‘각소반‘ 선정 참여
2019 조지아 왕립 예술원 초청 국제 현대 미술 교류전 _ Georgian State Museum of Theatre, Music, Cinema and Choreography - Art Palace
2018 한국공예 디자인 문화진흥원 스타상품개발 선정_공예 트랜드페어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부스 내 참여
2018 아시아프히든아티스트 선정 전시
2016 국제 현대 옻칠아트전
외 다수 그룹전

수상

2022 갤러리 한옥 제 3회 청년작가 공모 _ 입선
2018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_ 스타상품개발 선정
2017 대한민국 공예대전_ 우수상 
2016 산미전국공모전 _ 장려상 
2014 한국전통문화센터 _ 체험종목선정
       산미전국공모전 _ 장려상
2013 산미전국공모전 _ 공예가회회장상
       대한민국 공예대전_ 우수상
2012 한국전통문화센터 _ 체험종목선정
2011 한국옻칠공예대전_ 입선
       단원미술제_ 특선
2010 대한민국미술대전 _ 입선
       대한민국공예품대전 _ 특선
2009 대한민국 공예대전_ 우수상 
       산미전국공모전 _특선


작가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