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허선홍
Heo Sun Hong
"나의 일부를 고스란히 품은 또 다른 인물들로 무수한 ‘나’를 그립니다"
작가노트
나는 끊임없이 나를 곱씹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덮어 놓으려 해도 불쑥 튀어나오는 기억은 덧그려지기를 반복한다.
지난 순간에 느꼈던 찰나의 불투명한 감정,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간 생각, 마음을 어지럽히는 불편함을 파고들어
그 정체를 발견해내곤 한다. 흔적을 따라가면 그 기저에는 항상 타인이 감각한 내 모습에 대한 불만이 있다.

누군가는 이것이 내가 아니라 하고 또 누군가는 저것이 나라고 한다. 보이고 싶지 않은 얼굴은 이미 그들 앞에 드러나 오해로 쌓인다.
부정당한 내 모습과 영원히 숨기고 싶은 자아들. 그들은 참을 수 없이 마음에서 캔버스로 뛰어 들어간다.
이것이 작업의 시작이며 ‘나’를 그리게 되는 이유다.

각기 다른 모습의 자아를 다루고 있어 언뜻 보면 작가의 페르소나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반대다.
페르소나는 밖으로 드러낸 공적 얼굴, 즉 실제와는 다르지만 타인의 눈에 비친 모습을 이른다.
그러나 나의 작품은 외부에 드러나지 못한 내적 인격인 것이다. 이들은 온전히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응축된 덩어리다.

주로 강한 대비의 색을 사용한다.
화려해 보이지만 어두운 색조가 섞여있다. 소녀 혹은 젊은 여인 옆에는 어울리지 않는 오브제가 놓이기도 한다.
이렇듯 작품 속 예쁘지만 어딘가 뒤틀린 느낌은 나를 닮아있다. 내밀한 나를 그린 작품을 보고 있으면 거울을 응시하는 기분이 든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솜털부터 흰자위 실핏줄까지 보이듯 마음의 잡티와 주름이 보인다.

손 닿을 수 없는 얇은 벽 너머로 너무나도 선명히 그리고 투명하게 존재하는 내 마음의 형상.
그래서일까, 나의 분신들은 주로 정면을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무표정과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한 눈은 속을 그려냈다기보다도
오히려 감추는 것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싶다. 드러내고 싶지만 다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은 어찌나 모순된 것인지.

하지만 그 모순됨이 바로 순전한 내밀함 자체이다.
타인에 의한 불편감으로 출발한 작업은 이제 그들을 넘어 보다 넓은 범위의
은밀한 생각과 감정을 담은 인물들로 확장되어 갈 것이다.

흘러가는 의식으로 남겨둘 수 없는 생각의 파편,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감정의 기원.
오늘도 나의 일부를 고스란히 품은 또 다른 인물들로 무수한 ‘나’를 그린다. 
약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전공(졸업)

   
그룹전
2023 <작가의 작업展> - 강동아트센터, 서울
2023 <For Me, For You 2> - 갤러리밀스튜디오, 서울
2023 <오월에 만나는 기쁜 선물展> - 갤러리밀스튜디오, 서울
2022 <Limited Edition> - 갤러리밀스튜디오, 서울
2020 <혹;여(어쩌다, 우연히)> - 아트스페이스퀄리아, 서울

작가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