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자화상
Covid Pandemic 시기를 겪어온 지금, 시간과 공간은 완전히 달라졌다. 내가 존재하는 곳의 시공간이 재편되고 새롭게 창조되었으며, 개개인은 연결되어 있으며, 동시에 해체되었다.
작품들의 배경에서 관찰되는 이중적인 공간들은 관객들에게 일차적으로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일상적인 사적 공간,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별개의 두 가지 자연 공간들을 합성한 듯한 작품속의 배경들은 어디이며, 무엇인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뒤로 하고 새로운 시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낮은 채도의 색채와 단일 시점은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하면서 작가만의 세계로 우리를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다.
작가의 작품 속 공통적인 대상은 동물들이다. 정면을 응시하는 시선은 관조적(觀照的)이면서, 동시에 반성적(反省的)이다. 마치 살아있는 동물들이 거대한 산처럼 느껴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양, 말, 사슴, 고양이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 앞에서 나는 벌거벗은 듯한 부끄러움과 존재의 작아짐을 경험하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는 무엇인가? 도시의 마천루를 마주하는 자연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무관심한 시선 속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가득 담겨져 있다.
불과 10년 전 상상속의 세계들을, 오늘의 우리들은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세계에서의 삶은 무엇인가? .... 처음 가졌던 의문들은 차츰 사라지고, 이제 바라보는 자의 존재만이 남게 된다. 영혼이 없는 듯한 시선들 속에서 각자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작가의 작품들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고민은, 고통스럽지만 역동적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예술이 가지고 있는 힘은 삶의 투쟁을 표현하는 형식과 내용의 자유로움이다. 그것이 바로 작가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다.
평론 _ 백남학(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