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조세미
Cho Semi
"눈에 보이는 것 들 사이에는 어떤 비밀 공간이 있을 것 같다.
그 공간은 어두컴컴하여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동그라미나 점, 선 들로 가득하다. "
작가노트
작가노트 1
눈에 보이는 것 들 사이에는 어떤 비밀 공간이 있을 것 같다. 그 공간은 어두컴컴하여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동그라미나 점, 선 들로 가득하다. 그것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며 서로 상호작용도 하고, 서로 뒤엉켜 앞의 것이 뒤의 것을 가리기도 하며 무분별하게 들어 차 있다. 그것들은 나타남과 동시에 서서히 사라지기도 하고, 한 곳에 응축되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흩뿌려 지기도 한다. 

나는 그 조각들의 움직임과 모양새를 상상하며 작업한다. 주로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조각들이 연상되고 연상된 조각들은 작업으로 연결된다. 
그 과정에서 처음의 시각적이미지는 희미해지며 조각들은 더 분명 해진다. 작업은 둘간의 관계를 가지며 진행된다. 

공간 사이에 비집고 들어 차 있는 이 조각들은 금방 사라져 버릴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되어 버리기 전에 그것들을 화면에 잡아넣어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을 한다. 사실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지극히 판타지이지만 마치 그 속에 존재하는 것 같은, 확인되지 않음을 두려워하며 동시에 희망하고 있다. 

나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조각들의 형태는 대체적으로 동그라미나 동그라미로 가는 과정의 모습들을 하고있는데 무분별해 보이는 점,선,면 등의 조각들로 보여진다. 

어릴 적 동그라미 그리기는 힘들고 어려운 것으로 끝까지 형태를 마무리 시켜야하는 것과 점과 점이 만나야만 완성되는 형태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던, 결국 엄마와 함께 완성시킨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 과정의 조각들을 그리며 그것을 관찰한다. 동그라미라는 형태를 그리기 위해 수 많게 실패라고 생각했던 찌그러 지고 만들어지지 못한 동그라미. 그것들의 흥미로운 형태들을 모두 놓칠 이유가 있었을가? 나는 앞으로 나의 그림에 등장하는 많은 형태들이 어떻게 변화 되어 갈 지 궁금하고 항상 눈여겨 본다. 

작업을 하며 색을 쓰는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조각들이 다른 모습으로 전환되거나 리듬을 타기위해서는 색은 매우 중요하다. 색과 색이 만나는 지점에서 오는 긴장감. 그 색들이 부딪치는 곳 사이에 또 다른 공간을 상상 할수있다. 또한 색은 보는이에 따라 다르며 “시각을 감각적으로 보여지게 하는 것”그 의미 자체로 나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방금 보이다 금방 사라지듯이, 언제나 작업은 계획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추측하건대 이 조각들은 감각이나 감정, 생각, 의식, 공기의 흐름, 고유한 에너지 등 일 것이다. 아니면 과거나 미래의 잔상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작업을 하는 이유는 마치 ‘어떤 사람’ 혹은 ‘나’ 일 수도있는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보이지 않는 것들, 하지만 분명 가지고 있는 그것을 찾기 위함이다. 


작가노트 2 
(따라오는 그림자를 그리게 된 어떤 경험과 그 그림에 대한 전시를 준비하면서) 
움직이는 동작을 뒤로 동시에 따라오는 그림자는 빛에 의해 생기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지만 가끔 그것을 통해 생경하고 낯선 경험을 하기도 한다. 

몇일 전 게으른 양치를 하다 거울 속 내 얼굴을 보았다. 열심히 손을 움직이며 양치를 하는데 얼굴의 일부분이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하며 마치 그림자의 움직임에 따라 나의 얼굴 일부가 삭제 되었다가 다시 형태가 생겨났다 하는 듯해 보였다. 보이는 곳과 안 보이 는 곳 두 부분이 서로 자신의 영역을 더 들어내려 애쓰는 듯해 보이기도 하고 보이던 곳이 안보이는 영역으로 탈바꿈 하기도 하며 자신의 영역이 무의미하듯 그 경계를 오고 가는 듯 해 보였다. 

그림자 속 나의 코가 보이는지를 유심히 보려는 찰나 그 어둠은 금방 입 주변으로 옮겨가고 멀쩡히 코는 다시 존재를 들어냈다. 그리고 입주변에 머무는 것도 잠시 빠르게 언제 그랬냐는 듯 나의 얼굴에서 사라져 버렸다. 마치 그림자가 주체가 되어 움직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에 대한 나의 시선과 믿음음 무엇일까? 
그림자의 움직임을 만드는 주체인 ‘나‘ 임에도 불구하고 어두 컴컴하게 가리워진 영역은 눈에서 삭제된다. 아니 삭제되었다 착각하며 거울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며 정중앙에 있어야 할 코를 머릿 속에 떠올리며 동시에 손을 들어 코를만져 확인한다. 다행히 코는 그자리에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형체를 가진 것과 그렇지 않은 불분명한 물감 덩어리들이 한 화면 안에서 관계하며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과 보이는 것들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것들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될 것이다. 생각으로부터 형상을 만들기 위해 나오는 붓질, 즉흥적으로 무의미 하게 만들어 지는 붓질이 뒤섞이는 것들도 함께. 

관람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단순히 관람자에게 작품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관람자가 전시장 안에서 작품의 형태, 색, 질감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각기관을 이용해 움직이는 시선에 따라가며 또 다른 것을 생성하는 것으로 연장되길 기대하고 있다. 
약력
2011 서울여자대학교 공예학과 졸업

개인전

2020 따라오는 그림자 , 갤러리 도스 
2016 오로라 한조각 , 일년만 미술관
       
그룹전

2017 브라보앵콜 , 일년만 미술관

작가의 작품